#4 미술사색 美術四色

2014년 여름, 우리 현대미술의 뜨거운 현주소를 다큐멘터리로 확인한다.
가수 장기하가 안내하는 현대미술작가 4인의 진지하고 발칙한 이야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 문화재단이 함께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이 3회를 맞았다. “올해의 작가상”은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4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깊이 있는 현대미술로 가늠 할 수 있는 전시다. 특히 올해의 후보 작가 4인은 선보이는 작품마다 찬사와 함께 뜨거운 논란의 집중포화를 받아온 인기작가이자 문제작가들. 그들의 장르도 설치와 사진에서 퍼포먼스까지 전방위적이다. 이렇게 ‘뜨겁고 맹렬한 작가 4인의 각축전’을 생생하게 담은 SBS 다큐멘터리가 올해도 준비됐다. SBS <아트멘터리 미술사색>은 “올해의 작가상” 후보로 선정된 네 명의 작가에 대한 옴니버스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평소 문화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가수 장기하가 내레이션을 맡아 4인 작가의 생각을 함께 들어본다.

고통과 금기의 연금술사, 장지아
다큐멘터리는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 시작된다. 소의 피로 만든 벽돌, 19세기 중국의 수술도구를 고문도구로 변신시킨 기발한 설치 작품, 선 채로 소변보는 여인들의 나체 사진 등이 전시된 공간은 충격적인 현대미술 작품에 이미 단련된 뉴요커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 전시의 주인공이 바로 장지아 작가. 이런 장지아 작가에게는 종종 ‘페미니스트’니 ‘전사’니 하는 수식이 붙었다. 그러나 장지아 작가가 ‘기피대상’을 주요 작품소재로 삼는 이유는 그녀가 ‘본능적으로 금기에 도전하는 타고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현대미술의 성지’ 뉴욕을 찾아, ‘예술의 무대’위에 끊임없이 지속적인 파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자신의 ‘예술적 사명’이라 믿는 장지아 작가를 만나본다.

시공을 초월한 예술시공자, 구동희
구동희 작가 편에서는 안전모를 쓰는 관람객들이 인상적이다. 구동희 작가의 이번 전시작은 웬만한 강당 크기의 전시장을 천장까지 가득 메우는 <재생길> 이라는 이름의 구조물. 관람객은 안전모를 쓰고 이 구조물 속을 ‘탐험’하게 된다. 구동희 작가는 평소 ‘일상적인 물건이나 사건’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왔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절대로 평범하지도 일상적이지도 않다. 이번 전시작 <재생길>에도 바둑판, 와인잔, 젤리, 먹고남은 포도가지 등의 ‘일상적 오브제’가 다소 ‘뜬금없이’ 배치돼있다. 하지만 이것은 바로 구동희 작가가 관람객에게 던지는 ‘즐거운 수수께끼’이다. 그 답을 다큐멘터리 속에서 확인해본다.

마음의 절대적 관찰자, 김신일
김신일 작가 편은 짧지만 독특한 퍼포먼스로 시작한다.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전시장에 등장해 중세 유럽의 악기를 연주한다. 그는 다름아닌 가수 하림. 작가와 친분이 있던 하림은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가수 하림이 영감을 얻었다는 김신일의 작품은 <마음, 믿음, 이념>이라는 단어를 한데 합치고 뭉쳐서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설치구조물이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이 문자들을 ‘읽지’말고 ‘바라보기’를 원한단다. 이 세상에 너무 익숙진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변해 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관성과 타성을 넘어 새롭게 마음을 응시하는 구도자 김신일을 만나본다.

오작동하는 현실의 기록자, 노순택
노순택은 우리 정치․사회의 뜨거운 현장을 ‘카메라로 적어’왔다. 분단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착돼있는지, 우리 삶과 사회를 어떻게 왜곡해왔는지 길고 찬찬한 호흡으로 꾸준히 기록해온 노순택의 사진들은 다큐멘터리 시작부터 우리에게 끝없이 말을 걸어온다. ‘지난 10년 동안 한 일이라곤 싸돌아다니며 사진기라는 넝마상자에 이미지를 주워담는 일이었다’고 말한 노순택과 함께 연평도를 찾았다. 그리고 프로젝트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를 위해 노순택이 2년에 걸쳐 찾아가 기록했던 현장을 함께 돌아본다.